당장이라도 타들어갈 듯한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집에서 안 나간다.
집밖으로 나오더라도 에어컨 바람 빵빵한 영화관으로 간다.
아니다!
동네 놀이터로 간다?
숨막히게 더웠던 지난 9일 오후, 이렇게 더운 날씨에 사람이 있을까 싶었던 낙성대동 상상어린이공원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삼삼오오 찾아들었다.
아이들은 몇 분에 한 번꼴로 물이 뿜어져 나오는 분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물을 맞으면 연신 꺄르르 웃어댄다.
아이들에게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맞는 것은 더위 따위는 파고 들어갈 틈도 없는 더없이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어르신들은 그늘진 평상 위에 앉아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기로 더위를 식힌다.
몇몇 중년 부인들은 이열치열, 놀이터에 비치된 운동기구에 몸을 맡긴 채 운동삼매경에 빠졌다.
가족들 볼 시간도 없이 일에 파묻혀 지내다 모처럼 시간을 낸 젊은 아빠는 딸래미 그네 밀어주는 데 여념이 없다.
필자는 렌즈 안에 그들을 담다가 더위를 잊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어릴 때 그림물감에서 보던 바로 그 하늘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