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이전부터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동명칭 변경이 시행된지 보름이 지났다.

관악구 동명칭 변경은 이미 10년이 넘도록 논의된 진부한 사안이었지만, 선거시기 때마다 단골 메뉴로 올라왔을 정도로 지역의 뜨거움 감자들 중 하나였다. 수많은 이들의 연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시 비용이 얼마가 들어갈지 조차 조사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일 정도로 풀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10억설에서부터 100억설까지 큰 편차를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법정동 명칭 변경에 비해 비용적 측면이나 법적, 행정적 측면에서 용이한 행정동명칭변경을 지난 9월 1일부터 시행했다.

행정동명칭변경과 동 통폐합 그 이후를 알아봤다.

○ 동명칭 변경의 필요성 대두

관악구의 경우 1992년 이후 행정구역 관리에 있어서 변화가 없었던 반면, 행정환경 및 지역의 자치환경 등이 큰 변화를 맞이함에 따라 행정구역관리의 변화와 동명칭 변경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리고, 지역 이미지 개선의 지역민의 요구도 컸는데, 법정동 명칭의 변경 등에 드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논의가 이뤄졌다가도 '전시성 논의'라는 오명, 그리고 현실적인 벽 등에 부딪쳐 흐지부지 되기 일쑤였다.

그리고, '새주소'시행(2007년 4월 5일 시행)이 함께 되면서 '동명칭변경'에 대한 논리적 근거 역시 희박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새주소 역시 안착이 어렵고, 여전히 지역민들은 '동명칭'으로 지역을 구분하는 것에 익숙해 하면서 행정적인 관리의 효율성, 지역관리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동명칭 변경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추진된 대안이 법정동 명칭을 변경하지 않고, 행정편의를 위한 행정동명칭을 변경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9월 1일 27개동을 21개동으로 통폐합함과 동시에 명칭을 함께 바꾸게 되었다.

한편, '새주소'사업에 대한 개선 등의 요구 등이 이뤄짐에 따라 '동명칭변경'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지, 아니면 오히려 혼란을 불러일으킬지에 대한 귀추도 주목된다.

○ 동명칭 변경 이후, 19일째 상황은?

9월 1일 시행을 전후로 관악구청 자유게시판에는 '동명칭'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던, 난곡동, 삼성동, 신사동, 보라매동의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시행 이후에는 비판의 글만이 아니라, 이미 바뀌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과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들을 올리는 등 '비판과 변경요청'에서 '평가와 수정 보완'으로 바뀌는 양상을 띄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주무부서인 '자치행정과'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관악구청 자치행정과 동명칭 담당자 '정 경' 주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부전화 거는 게 많았지만,(시행 이후) 호의적인 전화가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기양 바뀌었으니 적극적으로 홍보했으면 좋겠다, 어떤 걸 개선했으면 한다 등의 전화가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라며,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동명칭 변경이 안착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리고, 정 경 담당자는 안착함과 동시에 반대의견 역시 수렴해 보완하는 게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물음에 대해서

"반대의견 수렴은 어렵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한다. 몇 명의 의견 때문에 임의로 바꾸기는 어렵다. 많은 예산을 들여서 시행한 것이기 때문에..."라며, 사실상 수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 동명칭 시행 이후 어려움이 없었는지, 새주소와의 혼란문제, 동명칭변경 안착시간에 대해서 자치행정과 정 경 주임에게 물었다. 

- 동명칭 시행 이후 어려움은 없었나?

"우체국이나 KT 전화국 등 유관기관과의 동시 홍보와 명칭변경이 이뤄지지 않아 처음엔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에 KT에 문의하면 변경된 주소로 찾을 수가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해결이 됐고, 우체국의 경우 우정사업본부가 1년에 4번 변경 업그레이드를 하는데, 그 시기가 맞지 않아 10월 말이나 11월 초 반영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 외에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면 나오지 않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 새주소시행과의 혼란문제는 없나?

"동명칭변경은 행정동이기 때문에 새주소와의 혼란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 동명칭변경 등이 안착되기 위해 얼마나 걸릴 것 같나?

"동명칭변경과 통폐합에 지역주민과 기관 등이 익숙해지는 데에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 설문조사가 정책추진의 핵심변수였어야 하나?

동작구, 강남구와의 소송으로 확대된 '보라매동', '삼성동, 신사동'이나 '이미지개선효과도 노린 동명칭변경'과 역행하는 선택이었다고 평가된 '난곡동'의 경우 시행 이후에도 말이 많다.

관악구청은 여전히 지역주민이 그렇게 뽑았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동명칭변경을 '설문조사'라는 것에 너무 많이 기댄 나머지 소송에 휘말리고, 지속적인 민원에 시달리고 있어 방법적인 문제에 있어서 비판을 모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봉천동에 거주하는 한 지역주민은 "보라매공원 거의 전부가 동작구에 속해 있는데, 그걸 주민들이 뽑았다고 해서 할 부분은 아니지 않았나"라면서 설문조사를 동명칭 변경의 핵심 변수로 설정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그 외에도 13일 관악구청 자유게시판에 올려진 글에서도 설문조사에만 너무 기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등 방법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대부분 비판의 요지는 '동명칭변경에 있어서 설문조사와 함께 갈등 조정을 위한 의견수렴이 더 있었으면 법적소송도 신림3동, 13동의 '난곡동'에 대한 지속적인 변경 요구도 없었지 않겠느냐'이다.

설문조사를 통한 결과 반영은 분명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의 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 의견수렴이 늘 옳을 수만도 없기 때문에 설문조사 외에 다양한 변수를 반영한 방법적인 측면의 개발이 필요하지 않은지 이번 기회를 통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보라매동, 삼성동, 신사동의 법정 소송은 진행형

시행이후 법정소송은 어떻게 됐을까? 관악구청, 동작구청, 강남구청의 관계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관악구 >

자칭행정과  정경 주임

- 법정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아직 진행중이다.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동명칭은 특별한 특허 등이 되지 않는 항목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유지명도 보면 같은 마을 이름이 많지 않은가?

그리고, 동작구청에서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 됐고, 본안 소송은 현재 진행중이다.

< 동작구 >

자치행정과 임홍철 주임

-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단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가됐을 뿐이다. 현재 '권한쟁의 심판', '조례무효 확인의 소'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 관악구청과의 이후 소통은 있었나?

없었다. 이미 할 일을 다했기 때문이라며, 조례 제정 전에 입법예고기간에 동작구의 의견과 지역민의 의견을 구의회와 구청 측에 전달하고, 구청장과의 면담도 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어떠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어쩔수 없이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 법원에서 일정 등을 알려줬나?

아직 아무것도 통보된 게 없다. 기다릴 수밖에 없다. 결과를 보고서 향후 대응을 해나갈 방침이다.

< 강남구 >

강남구 관계자

- 어떻게 소송을 진행하게 됐나?

언론을 통해서야 '삼성동, 신사동' 명칭이 사용된 것을 알았다.

근처 지역구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동명칭에 있어서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소송을 진행했다.

- 소송이후 다른 변화등이 있었나?

아직 없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법정소송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 행정동명칭 변경 과정 및 결과 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동명칭변경 소송이 받아들여질 경우, 동명칭을 변경하기 위한 비용이 더 투입되지 않을 수 없어 예산낭비에 대한 비판도 함께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관악구는 이번 동명칭 변경과 통폐합에 소요된 비용은 동명칭 변경에 9600만원, 동통폐합에 1억2000만원이라고 밝혔다.

  동명칭 변경과 통폐합에 대해서 지역내 여론은 "해야 한다"라는 것에 이견이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어떻게'에 있어서 분명 여러 입장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한정없이 의견을 수렴할 수는 없겠지만, 납득가능한 의견수렴의 과정을 만들어내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이자 미덕이다.

  지금의 이견이 있는 것을 '단순히 비판의 목소리 몇 명이라는 식'의'쪽수 우월의 법칙'만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 문제제기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때 '동명칭변경에 따른 국면'을 근본적으로 풀수 있지 않을까?